이번 스타리그 결승전때문에 프로리그 CJ vs KTF 전이 관심이 가서 오랫만에 한번 시청했다. 마침 이영호가 두번 깨지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두 경기 모두 이영호가 원사이드하게 밀리는 특이한(...) 경기였다.
그 중 Ace결정전 장윤철전이 정말 수준높다. 에이스결정전에서 김정우는 다시 안나올거 같고 진영화나 조병세가 나올수도 있을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장윤철이 나와서 이거 뭐 있나 싶엇는데 정말로 뭐 있었다!
장윤철이 이영호를 상대로 준비한 전략 포인트는 4개 정도.
먼저, 경기 보신분들은 다들 알다시피 초반에 옆멀티를 가져가면서 앞마당만 정찰당한것. 앞마당이 없다는걸 보여줬으니 이영호로써는 '나 잡으려고 리버나 템플러빌드라도 만들어온건가?' 싶었을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옆멀티를 먹었고 그러면서 이영호에게 방어건물을 강요했다. 물론 이영호가 괜히 신이 아니듯이 몇개 짓지도 않았다. 3갠가 4개 지은것 같았는데 그거면 초반에 벌쳐가 3-4개 덜나온다. 이정도만 해도 훌륭한 성과. 게다가 벌쳐견제에 취약한 옆멀티가 방해받지 않았으므로 그것도 또한 전리품.
그 다음, 반땅싸움을 하는것처럼 가져가면서 위쪽 스타팅지역을 먹었다. 물론 그곳에서 자원을 캔건 거의 없고 오히려 돈만 잔뜩 썻지만 그 대신 다크템플러로 시간끌면서 이영호의 확장속도를 상당히 늦추었다. 어차피 게이트와 캐논 넥서스 따위에 들어가는 돈은 거의 미네랄이니 아비터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걸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장사였다.
아비터가 준비 된 후, 리콜을 갔는데 그 리콜 병력에 템플러를 실은 셔틀을 섞었다. 굉장히 좋은 판단. 보통 미리 방어 준비를 한 테란병력상대로 (건물들 때문에) 좁은 지형에서 탱크에 의해 병력손해를 잔뜩 보기 마련인데 템플러를 섞어서 이 좁은 지형을 극복해냈다. 벼락을 피할 곳이 없다면 테란도 좁은 지형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영호는 평소보다 프로토스병력을 진압하는게 지지부진해지고 병력도 은근히 잡혔다.
초반의 하이라이트가 멀티 페이크였다면 후반의 하이라이트는 캐리어 페이크였다.
플릿비컨과 스타게이트 다수가 본진에 지어져 있었으니 이영호는 그것을 스캔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리콜로 지상병력을 소모하고 캐리어를 가는 것은 분명히 좋은 패턴이다. 그러니 리콜병력을 늦게나마 제압한 후 캐리어로 전환되고 있는 프로토스 병력의 허를 찌르러 골리앗탱크가 우르르 쏟아져내려온건 날카로운 판단이었다. 속도의 이영호답다고나 할까.
캐리어가 나왔다면 말이지.
캐리어를 상대할 골리앗을 미리미리 준비해 둔거나 잠깐동안 적의 병력에 공백이 생기는 몇십초를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건 이영호라면 당연히 할수 있는 플레이다. 하지만 그것은 장윤철이 의도했던 것이었다. 캐리어 가는 척만 하고 캐리어를 가지 않았기에 벌쳐가 없는(!) 테란병력을 질럿드라군이 수월히 포위공격할수 있었다. 이영호이기에 할수 있는 판단을 노린 완벽한 카운터. 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스물스물 캐리어가 세기가 나와 프로토스 병력에 조합되었고 멀티가 마비된 테란은 지지를 칠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를 보면서 강민의 저그전을 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호는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눈치가 빠르며 판단력도 정확하다. 이것은 과거 선수시절의 최연성이나 마씨에게서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훌륭한 자질이다. 그에 반해 장윤철은 상대방에게 올가미를 던졌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이런식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해서 카운터를 넣는것은 과거 강민이 저그전에서 자주 보여주던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경기 하나하나에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요즘처럼 프로리그에 선수들이 종속된 상황에선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테란전을 다음에도 계속해서 보여줄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쉽다.
덧글
뭐. 가끔은 이영호도 져야죠. 넴... ( . . . . ) 슬럼프에 빠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ㅅ=
이영호가 이길듯. 오히여 이번에 2패를한게 좋은 기회가 될수도
이영호의 배럭더블(벙커에 수비의존)은
상대가 선드라군을 찍을경우 수리신공으로 버텨내면서 탱크가 나오면 어영부영 막을수있지만
토스가 선질럿을 찍을경우 장윤철이 보여준것과같이 벙커취소하고 마린도 죽일수있으며
안그래도 배럭더블이라 팩이 늦는데, 2질럿 후속 드라군 계속 충원되면
팩토리 완성되서 그 팩토리 유닛 나오기전까지는 커맨드는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채취를 계속 못하죠.
첫번째 나왔던 그 질럿이 이영호의 벙커의존수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이영호의 앞마당 멀티에 엄청난 지연을 가져왔습니다.
배럭더블이 거의 약점이 없을것만 같았는데 선질럿 빌드에 약점이 있다는것을 알려준 장윤철 선수 대단